스페인, 아르헨티나 꺾고 16년 만에 정상
스페인은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아르헨티나를 1대0으로 꺾었다. 페란 토레스가 연장 후반 106분 결승골을 넣으며 승부를 갈랐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6년 만에 두 번째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은 화려한 공격보다 단단한 수비가 만든 결과였다. 스페인은 대회 8경기에서 단 한 골만 허용하며 월드컵 우승팀 역대 최소 실점 기록을 세웠다. 주장 로드리는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받았고, 우나이 시몬은 골든글러브, 파우 쿠바르시는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스페인은 여자대표팀이 2023년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데 이어 남자대표팀까지 정상에 올라 남녀 월드컵 우승 타이틀을 동시에 보유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39세 메시의 마지막 도전, 준우승으로 마무리
아르헨티나는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월드컵 2연패에 도전했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39세의 리오넬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도 8골과 4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끌었다. 이번 대회가 메시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결승전 패배는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결승전에서는 아르헨티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12차례 선방하며 버텼지만 스페인의 공세를 끝까지 막지는 못했다. 경기 종료 뒤 눈물을 보인 메시의 모습은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음바페, 10골로 득점왕…월드컵 통산 22골
개인 기록에서는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가장 빛났다. 음바페는 8경기에서 10골을 넣어 골든부트를 차지했다. 두 대회 연속 월드컵 득점왕에 오른 그는 월드컵 통산 득점을 22골로 늘리며 대회 역사상 최다 득점자로 올라섰다.
프랑스는 준결승에서 스페인에 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잉글랜드와의 3·4위전에서 10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펼쳤다.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경기는 수비 조직력보다 공격적인 축구가 두드러진 이번 대회의 대표적인 이색 경기로 기록됐다.
노르웨이가 브라질을 꺾다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는 노르웨이가 꼽힌다. 노르웨이는 16강에서 우승 후보 브라질을 2대1로 꺾고 사상 처음 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엘링 홀란을 중심으로 한 공격력뿐 아니라 강한 압박과 조직적인 수비가 효과를 발휘했다.
브라질은 32강에서 일본을 2대1로 이겼지만 노르웨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인 브라질의 16강 탈락은 독일과 포르투갈의 조기 탈락과 함께 이번 대회의 대표적인 이변으로 평가됐다.
파라과이도 32강에서 독일과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 독일은 기대를 모은 선수단을 갖추고도 첫 번째 토너먼트 경기에서 탈락하면서 또 한 번 자존심을 구겼다.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 아르헨티나를 위협하다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의 섬나라 카보베르데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월드컵 본선에 처음 출전한 카보베르데는 32강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비록 2대3으로 패했지만 우승 후보를 끝까지 괴롭히며 이번 대회의 대표적인 ‘작은 나라의 반란’으로 주목받았다.
카보베르데처럼 상대적으로 인구와 축구 인프라가 작은 국가가 토너먼트에 진출한 것은 48개국 확대 체제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된다. 반면 경기 수 증가로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지고 대회 기간이 길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681만 명 입장…관중 기록도 새로 썼다
이번 월드컵에는 총 681만966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약 6만5천 명에 달했으며, 전체 104경기에서 308골이 나왔다. 관중 수와 총득점 모두 월드컵 역사상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수치다.
특히 비싼 입장권과 미국의 까다로운 입국 절차에 대한 우려에도 경기장은 대부분 관중으로 가득 찼다. 조별리그 44경기가 끝난 시점에 이미 누적 관중은 285만 명을 넘어섰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99% 이상을 기록했다.
미국 전역의 여러 도시에서 세계 각국 팬들이 장기간 머물면서 현지에서는 이번 대회를 ‘거대한 미국식 합숙 행사’에 빗댄 표현까지 등장했다. 축구팬들이 개최 도시를 이동하며 관광·숙박·외식 소비를 함께 만들어냈다는 점도 이번 대회의 특징이었다.
축구 축제 뒤에 남은 과제
기록적인 흥행과 별개로 높은 입장권 가격과 장거리 이동, 교통 불편, 무더위도 논란이 됐다. 일부 경기에서는 선수 보호를 위해 수분 보충을 위한 휴식시간이 운영됐으며, 팬과 선수들은 극심한 기온과 경기 일정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일부 국가 팬들의 비자 발급 문제와 정치적 표현을 둘러싼 논란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는 참가국 확대가 새로운 국가와 선수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같은 전통 강호가 결승에 오른 가운데 노르웨이·카보베르데·파라과이가 예상 밖의 활약을 펼치면서 토너먼트의 긴장감을 높였다.
2026 월드컵은 스페인의 우승만으로 기억될 대회는 아니다. 메시의 마지막 도전과 음바페의 기록, 브라질과 독일의 탈락, 작은 나라들의 반란, 681만 관중이 만든 거대한 축제가 함께 남았다. 규모가 커진 월드컵이 축구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선수 보호와 비용, 이동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가 다음 대회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