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공지능과 3차원 공간기술을 활용해 약 3천 년에 걸친 베이징의 도시 변천사를 디지털 공간에 복원하고 있다. 문헌을 읽고 유적을 조사하는 전통적인 역사연구를 넘어 과거의 도시를 직접 체험하고 비교하는 ‘디지털 인문학’이 새로운 연구 분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중국인민대학과 쑤저우대학이 공동 개최한 ‘2026 중국 인문학 발전대회’에서는 중국인민대학 디지털인문연구원이 추진하는 ‘대형 도시 가상복원 프로젝트’의 중간 성과가 공개됐다.
이 프로젝트는 베이징의 건축물과 도로, 성곽, 수로 및 생활공간을 3차원으로 복원하고 여기에 역사적 시간축을 결합하는 사업이다. 특정 장소의 현재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확장됐는지를 연속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이 지금까지 구축한 디지털 모델은 130㎢를 넘는다. 복원 대상 시기는 은·상 시대부터 원·명·청을 거쳐 중화민국 시기에 이르며, 시간적으로 약 3천 년에 걸친 베이징의 역사를 포괄한다.
베이징은 3천 년 이상의 도시 역사와 약 870년의 수도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과 도시개발, 자연재해를 거치면서 상당수 성곽과 거리, 전통 주거지가 사라졌다. 연구진은 고지도와 문헌, 사진, 건축도면, 고고학 조사자료를 수집한 뒤 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과거의 도시 공간을 복원하고 있다.
가상복원은 역사연구의 방법도 바꾸고 있다. 연구자는 서로 다른 시대의 지도와 도시 구조를 한 화면에서 비교하면서 정치권력의 변화가 궁궐과 도로 배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할 수 있다. 운하와 시장, 성문 등의 위치를 통해 교통과 상업 활동의 변화도 입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일반 시민과 학생에게는 역사교육의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 가상현실 장비나 대형 화면을 이용하면 과거의 성문과 거리, 궁궐 내부를 직접 걷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역사적 사건이 발생했던 장소를 디지털 공간에서 재현하는 교육 콘텐츠로도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인민대학은 해외에 흩어진 중국 관련 문헌과 연구자료를 디지털로 수집하는 ‘해외 중국자료 회귀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해외 도서관과 대학, 연구기관이 소장한 중국 관련 자료를 정리해 학술연구에 활용하려는 사업이다.
다만 디지털 복원이 실제 역사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자료가 부족한 시대와 공간은 연구자의 해석이나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복원 과정에 사용된 사료와 추정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연구 결과를 지속해서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3천 년의 도시사를 하나의 시공간 데이터로 구축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AI 시대 인문학의 변화 방향을 보여준다. 인문학이 디지털 기술을 단순한 보조수단으로 이용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연구 결과를 대중과 공유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