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서 살펴본 알리바바의 Qwen3.8-Max와 QwenWork 발표가 '기업 AI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보여줬다면, 같은 날 공개된 MiniMax의 행보는 중국 AI 산업이 또 하나의 축인 오픈소스 생태계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MiniMax는 8월 3일 범용 비디오 생성 모델 H3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H3는 텍스트·이미지·영상·오디오를 함께 이해하는 전(全)모달 생성 시스템으로 설계됐으며, 최대 2K 해상도와 15초 길이의 영상, 32kHz 스테레오 오디오를 생성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H3는 다양한 화면 비율과 복합 입력을 지원하며, 광고·브랜드·전자상거래·게임·UI/UX 등 상업 콘텐츠 제작을 주요 활용 분야로 제시했다.

기술 사양 자체보다 더 주목할 대목은 오픈소스 전략이다. 생성형 AI 시장에서 오픈소스는 더 이상 '무료 공개'를 의미하지 않는다. 모델을 공개하면 개발자는 이를 기반으로 응용 서비스를 만들고, 반도체 기업은 최적화 환경을 구축하며, 클라우드 사업자는 추론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모델이 공개되는 순간 다양한 산업 주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생태계의 출발점이 된다.
실제로 MiniMax는 H3 공개와 동시에 중국의 AI 반도체 및 개발 플랫폼과의 연계를 강조했다. 화웨이의 Ascend(昇腾)를 비롯해 모어스레드, 무시, 하이광정보 등 여러 AI 칩 플랫폼이 빠르게 지원에 나섰고, Hugging Face, ModelScope, ComfyUI, vLLM-Omni, SGLang 등 주요 개발 커뮤니티와 추론 프레임워크도 H3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일 모델의 성능을 넘어 개발자와 기업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제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경쟁력은 비용 구조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H3의 2K 영상 생성 비용은 초당 0.8위안으로 제시됐으며, MiniMax는 고압축 토크나이저를 적용해 연산 비용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의 확산이 모델 성능뿐 아니라 운영 비용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접근은 기업 시장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IT 전문매체들은 이번 공개를 두고 '비디오 생성 분야의 DeepSeek 모멘트'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 표현은 특정 모델의 우열을 의미하기보다, 텍스트 중심이던 오픈소스 경쟁이 멀티모달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언론과 업계의 해석이며, 실제 시장 영향은 향후 개발자 채택과 산업 적용 사례를 통해 확인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알리바바와 MiniMax의 발표는 각각 다른 분야를 다루고 있었지만 공통점이 있다. 두 기업 모두 AI 모델 자체보다 모델을 둘러싼 생태계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은 기업 업무와 조직 운영을 연결하고, 다른 한쪽은 개발자와 창작자 커뮤니티를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러한 흐름은 같은 날 발표된 중국정보통신원(CAICT)의 산업 통계와 맞물릴 때 더욱 분명해진다.
CAICT는 2025년 중국 AI 산업 규모가 1조2천억 위안을 넘어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2026년 6월 기준 중국 AI 기업 수는 6,600개를 넘어섰으며, 기반 인프라·모델 프레임워크·산업 응용을 아우르는 산업 체계가 구축됐다고 분석했다. 산업 구조를 보면 응용 분야가 전체의 55%를 차지했고, 기반 기술은 59%, 모델 프레임워크는 189%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중국정보통신원의 자체 산정 결과이며, 국가별 조사 기준과 산업 분류 방식에 따라 직접적인 국제 비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중국 정부와 산업계는 AI를 단순한 연구개발 분야가 아니라 국가 산업 체계의 핵심 성장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기업의 기술 개발과 산업 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8월 3일 하루 동안 나온 세 가지 발표는 각각 다른 뉴스가 아니었다. 초거대 언어모델의 고도화, 오픈소스 멀티모달 생태계의 확장, 그리고 산업 규모의 성장이라는 세 요소가 하나의 그림을 완성했다. 이는 중국 AI가 '좋은 모델을 만드는 경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델·칩·클라우드·개발자·기업 고객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경쟁으로 전략의 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AI 산업에도 이 변화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더 높은 벤치마크 점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플랫폼과 개발자 생태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얼마나 함께 구축하느냐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월 3일 중국에서 이어진 세 건의 발표는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하루였다. 그리고 그날의 뉴스는 단순한 기술 발표가 아니라, 글로벌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로 읽을 필요가 있다.
다음 회 예고
제2편 「알리바바와 MiniMax, 중국 AI 기업들은 무엇을 다르게 설계하고 있는가」에서는 Qwen3.8-Max와 MiniMax H3를 중심으로 중국 AI 기업들의 기술 전략, 상용화 모델, 오픈소스 정책을 미국 주요 AI 기업들과 비교하며 심층 분석한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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