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방향이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명도 그렇다. 미국은 "이번 주 안에 합의가 가능하다"고 하고, 이란은 "우리는 오직 오만과 이야기한다"고 맞선다. 같은 바다를 놓고 오가는 말들 사이에서, 세계는 매일 1,500만 배럴의 원유가 지나지 못하는 대가를 치른다. 합의는 정말 임박한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신기루인가.
왜 호르무즈인가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의 원유가 세계로 나가는 목구멍이다. 2026년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터진 뒤, 이란은 이 길목을 사실상 닫아걸었다. 다섯 달이 넘도록 좁은 물길은 막혀 있다. 사우디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는 전쟁 이후 세계가 26억 배럴이 넘는 원유를 잃었다고 밝혔다. 세계가 한 달 동안 캐낼 원유에 맞먹는 양이다. 설령 해협이 오늘 당장 열려도, 비어 버린 재고를 다시 채우는 데 열여덟 달이 걸린다고 그는 경고했다.
막힌 해협은 주당 1억 배럴씩 세계 시장에서 원유를 걷어 갔고, 정유망은 비명을 질렀다. 골드만삭스는 경유가 이 공급난의 진앙이라고 짚었다. 뱃길을 홍해로 돌리자, 이번엔 후티의 위협이 기다렸다. 지금은 하루 몇 척만 해협을 지난다. 전쟁 전에는 70척이 오가던 뱃길이다.
같은 협상, 다른 지도
오가는 말들은 서로 어긋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요일, 이란이 먼저 대화하자며 전화를 걸어 왔고 이번 주 안에 합의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합의가 무산되면 다시 공격하겠다는 위협도 거두지 않았다. 이란의 말은 다르다. 자신들은 미국이 아니라 오만하고만 협상 중이며, 지연의 책임은 워싱턴의 간섭에 있다고 주장한다. 준관영 타스님과 파르스 통신은 트럼프의 위협과 미국의 애매한 신호가 합의를 늦춘다고 전했다.
협상의 뼈대는 '중간 회랑'이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 바가이는 오만 해역의 남부 항로와 이란 영해의 북부 항로를 하나의 양방향 통행로로 합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두세 갈래로 나뉜 길이 아니라, 오가는 배가 함께 쓰는 하나의 회랑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회랑을 누가 손에 쥐느냐다. 이 다툼의 밑바탕에는 6월의 미완성 합의가 있다. 지난 6월 맺어졌다가 한 달 만에 깨진 미·이란 양해각서는, 이란이 60일간 안전한 상업 항로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이란과 오만이 해협의 미래 운영을 정한다고만 적었다. 핵심을 일부러 흐릿하게 남긴 탓에, 법률 전문 매체 로페어는 이를 문제를 미룬 것일 뿐이라 꼬집었다.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
이란은 분명히 선을 긋는다. 협상 위원 사이드 아조를루는 국영방송에서 안보와 지뢰 제거, 해양 서비스를 이란이 맡는 1~3개월짜리 임시 체제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해협의 통제권을, 이란은 핵농축만큼이나 양보할 수 없는 선으로 여긴다. 워싱턴과 걸프의 두 수도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한 나라가 국제 수로를 움켜쥐고 통행료를 물린다면 세계 어디서든 되풀이될 위험한 선례가 된다고 경고했다.
협상에 밝은 걸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요일까지 타결 가능성을 반반으로 봤다. 강경파 혁명수비대가 대표단에서 빠져 있어, 세부 승인 여부가 마지막 관건이라고 했다. 풀리지 않은 물음은 수두룩하다. 이번 합의가 이란 항구에 대한 미국의 봉쇄를 풀지, 석유 수출 면제를 되살릴지, 미 해군을 포함한 외국 함정에도 열릴지는 여태 안갯속이다. 혁명수비대가 통제력 축소를 받아들일지, 어떤 조건에서 선박을 세울지도 미지수다.
가장 바라지 않던 길
전문가들의 진단은 서늘하다.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는 이란이 전쟁으로 쥔 지렛대를, 해협을 다스리는 '지속적 역할'로 바꾸려 한다고 짚었다. 통행료 몇 푼보다 훨씬 큰 이득이다. 이스라엘 안보 전문가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더 뼈아픈 말을 남겼다. 해협을 전쟁 이전으로 되돌리는 길은 이란 정권 교체나 끝없는 군사 개입뿐인데, 둘 다 워싱턴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